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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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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눈물을 삼킨 직전 시즌을 잊지 않았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착실히 전력을 보강했고, 정규리그 반환점까지 1위로 순항하며 통합 우승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주전 4명이 국가대표로 차출된 후반기 시작부터 주춤했고, 이 시기에 당한 패배가 너무나 뼈아팠다. 마지막까지 선두를 추격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두 시즌 연속 2위에 만족해야 했다. 
 
-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비예나의 맹활약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스페인 출신 안드레스 비예나를 선택했다. 신장 194cm의 비예나는 V리그 역대 최단신 외국인 선수라는 기록과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대한항공은 비예나 특유의 파워와 스피드를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확했다. 비예나는 KOVO컵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전승 우승을 이끌고 MVP에 선정됐다. 팀 동료 정지석은 “비예나는 배구의 편견을 깬 선수”라며 그의 활약을 자신했다. 
 
V리그 적응을 마친 비예나의 공격력은 정규리그에서 더 폭발했다. 특히 엄청난 점프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서브는 칭찬에 인색한 박기원 감독마저 “역대 최고”라는 찬사와 함께 엄지를 치켜들게 만들었다. 비예나는 정규리그 31경기에 출전해 득점(786득점)과 공격종합(성공률 56.36%), 퀵오픈(68.44%) 1위를 차지했고, 가장 많은 서브 에이스(66개)를 상대 코트에 꽂았다. 여기에 두 차례 라운드 MVP(2, 5라운드)에 선정되며 2019~2020시즌 최고 선수로 평가받았다. 대한항공과 재계약이 유력한 비예나는 2019~2020시즌 2위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 
 
- ‘우려가 현실로’..뼈아픈 3패 
 
대한항공은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과 함께 ‘2강’으로 꼽혔다. FA 정지석과 곽승석, ‘석-석 듀오’를 모두 잔류시켰고, 백업 세터였던 황승빈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베테랑 세터 유광우를 데려와 최고의 세터 한선수와 '더블 세터' 체제를 만들었다. 특히 유광의 영입은 ‘한 수’가 됐다. 2라운드 초반 주전 세터 한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하자 유광우는 그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유광우의 활약 속에 2라운드를 5승1패로 마감한 대한항공은 3라운드까지 상승세를 이어갔고, 13승 5패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후반기 시작부터 대한항공은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마냥 흔들렸다. 한선수와 정지석, 곽승석, 김규민까지 주전 4명이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심각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박기원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예상하고 나름의 준비를 했다. 시즌 전 레프트 손현종을 FA로 영입했고, 유망주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다. 하지만, 주전 4명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자연스럽게 비예나에게 공격이 몰리기 시작했고, 상대는 이를 쉽게 간파했다. 설상가상으로 비예나의 체력 저하까지 눈에 띄게 심해지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예선전이 대한항공에게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4라운드 첫 경기에서 KB손해보험에게 패한 대한항공은 다음 경기에서 우리카드에게도 지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전력을 잡고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현대캐피탈에게 패하면서 시즌 첫 라운드 ‘3패째’를 당했다. 이후 국가대표 4인방이 복귀해 완성체가 된 대한항공은 시즌이 조기 종료될 때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엄청난 상승세로 ‘9연승’을 달렸다. 그럼에도 선두 추격은 끝내 실패했다. 4라운드에서 당한 ‘3패’가 너무나 뼈아팠다. 
 
- ‘엔진 재가동’..통합 우승 꿈을 향해 
 
대한항공의 2019~2020시즌 최고의 수확은 리베로 오은렬의 발견이다. 오은렬은 이번 시즌 2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신인으로 탄탄한 기본기에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을 자랑했다. 주전 리베로 정성민이 허리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자 안정적인 수비 실력을 발휘하며 그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박기원 감독이 5라운드 전승의 주역으로 오은렬을 꼽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쉬웠던 2019~2020시즌을 뒤로 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활주로 위에 섰다. 기존 전력 대부분을 유지할 전망이다. 최고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오른 비예나는 재계약이 유력하고, 레프트 정지석과 곽승석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베테랑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는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늘 그래왔듯이 착실히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 진상헌이 FA, 김규민이 군 입대로 팀을 떠나 중앙에 공백이 생겼지만, FA 시장에서 이수황을 영입해 전력 누수를 메웠다. 대한항공은 새 시즌 통합 우승 꿈을 향해 ‘엔진 재가동’을 시작했다. 

유병민(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