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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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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의 결과로 모든 것이 결정 나는 프로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잔혹성을 버티며 딛고 일어서는 힘이 필요하다. 2019~2020시즌에 나선 삼성화재는 그 버티며 딛고 일어서는 힘이 부족했다. 지난 시즌에 드러난 리시브 불안의 약점을 전혀 보완하지 못했고, 공격 종합에서 두드려졌던 강점은 오히려 두루뭉술해졌다.
 
이러한 혼란은 시즌 흐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 5할 승률을 유지했던 삼성화재는 중반에 접어들며 힘이 빠졌고, 막바지 7연패의 수모까지 겪었다. 이는 삼성화재의 구단 통산 최다연패 기록이었다. 순위도 추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가운데 32경기를 치러 승점 41, 13승 19패를 기록하며 5위로 마쳤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과 동시에 V리그에 참여한 삼성화재가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5위 역시 구단 최저 순위였다. 최다연패와 최저 승률, 그리고 최저 순위까지 불명예 기록을 쌓았다. 명가재건은 그저 백일몽(白日夢)이었다.
 
▲ 준비부터 헝클어진 구성
 
신진식 감독에게 2019~2020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했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 2+1년 계약을 맺은 신진식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 시즌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두며 가능성을 보였기에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컸다. 무엇보다 팀 입장에서는 2013~2014시즌 통합 우승 이후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명가재건’에 목말라 있는 터였다.
 
하지만 준비부터 ‘삐걱’ 소리를 냈다. 팀 전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불운이 겹쳤다. 국내 최고의 라이트 박철우를 보유한 삼성화재는 그동안 레오, 타이스 등 그동안 줄곧 레프트 공격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확실한 해결사를 원한 신진식 감독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라이트 조셉 노먼을 선택했다. 트라이아웃에서 좋은 기량은 선보인 노먼은 힘과 높이는 물론 스피드까지 갖춘 파괴력 있는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이에 기존 라이트 박철우는 블로킹 능력이 좋은 만큼 센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까지 세웠다. 확실한 공격력에 센터진 강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팀에 합류해 훈련에 참여한 노먼은 부상을 호소했고, 삼성화재는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해 상호 합의로 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급하게 트라이아웃 평가에서 7위를 기록했던 라이트 안드레스 산탄젤로를 새로 영입했다. 그러나 산탄젤로 역시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장하지 못했고,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트레이드 효과도 전혀 보지 못했다. 삼성화재는 리베로 김강녕과 센터 정준혁을 한국전력에 보내고 리베로 이승현과 세터 권준형을 영입했다. 앞서 자유계약 신분으로 영입한 리베로 백계중은 수비 전담, 그리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승현은 리시브 전담으로 역할까지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 세터진 역시 2년 차 김형진을 주전으로 낙점했고, 권준형을 백업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낳았고, 애초 의도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흔들리는 수비는 세트부터 공격까지 모든 전술을 흔들었다.
 
▲#리시브 붕괴 #세트 흔들 #공격 단순… ‘연쇄 반응’
 
삼성화재가 왜 5위에 머물렀는지는 기록에 답이 있다. 공격과 수비 전 분야에서 부진한 모습이었다. 특히 리시브가 치명적이었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32경기를 치르면서 리시브 효율 28.37%를 기록했다. 남자부 7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고, 유일한 20%대 기록이었다. 이 부문 1위 현대캐피탈(42.10%)과는 무려 13% 이상 차이가 났다. 개인 기록에서도 같은 흐름이다. 리시브 개인 기록 부문에서 10위권 내에 삼성화재 소속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리시브에서 얼마나 큰 약점을 드러냈는지 수비 종합 부문 수비에서도 나타난다. 수비 종합은 리시브와 디그, 세트까지 비득점 부문을 종합해 계산<[디그 성공+(리시브 정확-리시브 실패)] /세트> 한다. 삼성화재는 디그에서 세트당 평균 9.669개를 기록하며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세트(세트당 평균 11.823개 5위)까지 영향을 줬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수비 종합 세트당 평균 14.992개로 이 부문 전체 6위에 머물렀다.
 
결국 트레이드 자체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2018~2019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당시 삼성화재 주전 리베로였던 김강녕은 리시브 효율 47.47%로 전체 6위에 올랐었다. 당시 한국전력 소속이었던 이승현 역시 41.69%로 이 부문 10위였다. 기록만으로 보면 충분히 상쇄가 가능했고, 백계중까지 영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장이다. 삼성화재 소속으로 뛴 이승현은 32.18%를 기록하며 10% 가까이 뚝 떨어졌고, 백계중 역시 29.98%로 저조했다. 레프트 라인의 송희채와 고준용은 각각 리시브 효율 30.93%, 34.27%를 기록하는 등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리시브가 무너지니 속수무책이었다. 세트가 흔들리면서 공격은 단순해졌다. 삼성화재는 공격 종합에서 성공률 50.13%로 전체 5위에 그쳤다. 성공률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픈 공격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루트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총 1282개의 오픈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는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시도 숫자’였다. 성공률도 45.79%로 전체 2위였다. 즉 팀 공격을 오픈 공격 위주로 끌고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수에서 모두 흔들렸는데, 5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은 결국 ‘오픈 공격’ 덕분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오픈 공격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때문에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공 기록을 살펴보면 나타난다. 이번 시즌 속공 시도를 400개 미만으로 한 구단은 삼성화재(384개), 한국전력(322개), KB손해보험(392개) 세 개 구단이었다. 성공률 역시 이들이 하위권 3개 구단이었다. 리그 최종 순위와 사실상 일치한다.
 
블로킹마저 답답했다. 삼성화재는 세트당 평균 1.952개로 이 역시 7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무엇보다 세트당 평균 1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구단은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리시브 강화에 걸린 ‘명가재건’
 
삼성화재가 과거 V리그 최강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공격력도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든 탄탄한 수비가 있기에 가능했다. ‘수비형 레프트’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석진욱 당시 삼성화재 레프트, 현 OK저축은행 감독이 재평가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리시브에 약점을 드러내며 4, 5위에 머문 삼성화재가 반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시브 강화가 필수적이다.

권영준(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