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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구분값
'명가 재건'.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 진출엔 실패했지만 2년 만에 다시 봄 배구의 감격을 누렸다.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지만 레전드 출신인 신임 신진식 감독의 지도력도 확인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황동일과 젊은 피들의 활약

삼성화재는 시즌을 앞두고 FA 미들블로커 박상하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컸다. 팀을 네 번이나 정상으로 이끈 주전 세터 유광우를 보상선수로 내준 것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에 그치며 창단 후 최초로 '봄 배구'에 실패한 삼성화재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보였다. 하지만 신진식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과감하게 '황동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기대 시절 장신 세터로 기대를 모은 황동일은 프로에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우리캐피탈(우리카드 전신), LIG손해보험, 대한항공을 거쳐 삼성화재까지 여러 팀을 떠돌았다. 2014년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에도 라이트와 센터로 포지션을 옮기는 등,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신진식 감독은 과감하게 황동일에게 주전 세터를 맡겼다. 신진식 감독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라"며 “너는 신장(191㎝)도 좋고, 갖고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화려하고 빠른 토스가 아니라 기본 토스만 해달라고 했다"고 격려했다. 아울러 "네가 잘한 게 없다", "안심하지 말라"는 채찍을 함께 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삼성화재는 개막 이후 2연패에 빠지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017년 10월 25일 우리카드전부터 2018년 12월 2일 대한항공전까지 11연승을 달렸다.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을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젊은 피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세터 김형진과 레프트 김정호다. 김형진은 황동일이 흔들릴 때마다 투입돼 안정된 토스를 올렸다. 팀에 합류한 기간은 짧았지만 빠르게 공격수들과 손발을 맞추며 대학리그 최고 세터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시즌 막판엔 주전 황동일을 제치고 코트에 서는 시간도 길어졌다. 김정호는 서브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정호는 날카로우면서도 정확한 서브로 '김정호 타임'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내세울 만한 원포인트 서버가 없었던 삼성화재에게도 큰 힘이 됐다. 룸메이트인 두 신인은 올 시즌 삼성화재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활약했다.

여전했던 타이스+부족한 백업=아쉬운 봄 배구

이번 시즌 삼성화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타이스였다. 16~17 시즌에 이어 또다시 팀의 주포 역할을 해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느라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픈과 후위공격을 주로 책임지면서도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소화했다. 득점 2위, 공격종합 2위, 오픈공격 1위. 주로 라이트를 맞는 외국인선수와 달리 레프트인 타이스는 리시브에도 참여하면서 뛰어난 성적을 냈다. 거기에 지난해 약점으로 꼽혔던 서브도 보강했다. 플로터 서브도 넣었던 그는 이번 시즌엔 스파이크 서브만 넣으면서도 범실을 40.5%에서 35.4%로 크게 낮췄다. '코트 위의 헐크'란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라이트 박철우는 공격종합 1위에 오르며 타이스의 공격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삼성화재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백업 선수층. 36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을 치르기엔 다른 팀에 비해 정예 멤버가 부족했다. 몇 년간 상위권을 지켰기 때문에 유망주들을 뽑지 못한 삼성화재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체력이 떨어지고, 잔부상을 입은 선수들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코트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주장 박철우는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 버티고 있다. 주장으로서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경기력은 조금씩 떨어졌다. 4, 6라운드에선 모두 3승3패, 반타작 승률에 그친 삼성화재는 선두를 현대캐피탈에 내줬고, 끝내 반격에 실패하면서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신진식 감독도 "백업 선수들이 없는 가운데 선수들이 잘 버텨줬지만 아쉽다"고 했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는 3위 대한항공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았다. 후반기 기세는 대한항공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두 팀의 맞대결에서도 1~3라운드는 삼성화재, 4~6라운드는 대한항공이 웃었다. 결국 삼성화재는 1차전을 먼저 이기고도 두 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탈락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대한항공에게 처음으로 무릎 꿇으면서 'V9' 도전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신진식 감독은 "다음 시즌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보완하겠다."고 했다.

감독 첫 해에 '절반의 성공'을 거둔 신진식 감독에겐 과제가 많다. 베스트7 센터로 선정되며 중앙을 든든히 지켜준 김규민이 대한항공으로 FA 이적하였으며 올 시즌 서브 리시브를 든든하게 책임졌던 류윤식이 군 입대를 하면서 전력 누수가 생겼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전력의 핵심이었던 타이스를 재지명하며 외국인선수와의 팀웍을 더욱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으며 중앙에 대한 전력 누수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 할 예정인 지태환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진식 감독과 삼성화재는 '변화'와 '안정'이란 두 갈림길 사이에 서 있다. 황동일과 김형진 조합으로 한 시즌을 치렀지만 내년에도 이 방식이 통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대세가 된 스피드 배구에 가장 뒤처진 팀도 삼성화재다. 타이스와 박철우를 중심으로 한 오픈 공격이 성과를 냈지만 결국 정상에 서는 데는 실패했다. 오프시즌 삼성화재는 어떤 길을 걸어갈까. 명가 재건이란 꿈은 완성할 수 있을까.

김효경(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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