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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20-2021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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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은 2020-2021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다크호스’로 꼽혔다. 지난해 10월 14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KB손해보험이 다크호스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순번도 잘 뽑았고, 세터도 좋다”고 말했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 역시 “연습 경기를 해보니 KB손해보험이 다크호스다”라고 거들었다.
 
◆‘케이타 활약’으로 시즌 초반 승승장구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인 이상열 신임 감독과 아프리카 말리 출신 새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에 대한 기대감이 이유였다. 이상열 감독은 “바뀐 건 저와 코치 2명, 외국인 선수 등 전체의 10%다. 항공모함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구단이 걸어온 세월이 있는 만큼 서서히 바꾸겠다.
한 단계씩 도약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KB손해보험은 시즌 시작과 함께 막강한 전력을 드러냈다. 7개 구단 가운데 6위(10승 23패·승점 31)에 그쳤던 2019-2020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1라운드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승점 13을 쌓았다.
1라운드 기준으로 OK금융그룹(6승·승점 15)에 이은 2위 기록이다.
 
승승장구를 이끈 주역은 역시 케이타였다. 키 206cm, 서전트 점프 77.5cm에 달하는 케이타는 1라운드에서 득점 1위(249점), 공격 종합 2위(성공률 55.99%), 서브 2위(세트당 평균 0.54개)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 3일 삼성화재를 상대로는 역대 한 경기 최다 득점 2위 기록인 54점을 퍼부었다. 2011-2012시즌 삼성화재 소속 가빈 슈미트가 작성한 최고 기록(58점)에 불과 4점이 적었다.
케이타는 기자단 투표에서 만장일치(31표)로 1라운드 MVP를 차지했다.
 
2라운드에서도 4승 2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해 11월 25일 삼성화재전에선 개인 1호 트리플크라운(42점·블로킹 4개·서브에이스 6개·백어택 11개)을 달성한 케이타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고 선두로 도약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라이트 케이타의 기여도 컸지만, 주전 세터 황택의의 활약도 KB손해보험이 무섭게 질주한 원동력이었다. 일례로 황택의는 12월 26일 OK금융그룹과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4세트 초반 왼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됐지만, 팀이 역전 당하자 다시 코트로 돌아와 안정된 볼 배분을 통해 흐름을 바꿔 놨다.
 
황택의는 승리 후 “아프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아프다고 빠져서 팀이 지면 타격이 더 클 것 같았다. 지더라도 코트에 들어가서 지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급하게라도 들어가겠다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고 털어놨다.
 
◆부상·코로나·감독 교체 딛고 ‘봄 배구’
다만 KB손해보험은 4라운드에선 주춤했다. 케이타가 올해 1월 19일 OK금융그룹과 경기 전날 배탈로 링거 주사를 맞고, 레프트 김정호도 발가락 염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부상 선수들이 많은데 비해 이들을 대신해줄 백업 멤버가 부족했던 KB손해보험은 4연패 늪에 빠졌고 라운드를 2승 4패로 마무리했다.
 
5, 6라운드에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5라운드에서 케이타는 허벅지 근육 파열 진단을 받고 약 3주간 재활했다. 외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KB손해보험 입장에서 케이타의 부상 공백은 컸다. 5라운드 6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6라운드에선 선수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이후엔 사령탑까지 교체됐다. 선수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리그 남자부는 2주간 중단됐다. 
 
리그는 3월 11일부터 재개됐으나, 스포츠계에 불어 닥친 과거 ‘학교 폭력(학폭)’ 폭로 분위기로 이상열 감독은 자신이 12년 전 폭행했던 박철우(한국전력)에게 다시 한 번 사죄하고 잔여 경기 출장을 자진 포기했다. KB손해보험은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6라운드를 이어갔지만, 팀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결국 2승 4패로 6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던 KB손해보험은 최종 3위(19승 17패·승점 58)로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KB손해보험이 ‘봄 배구’ 초대장을 받은 것은 2010-2011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이었다. 하지만 감독대행 체제의 KB손해보험은 한계를 드러냈다.
4월 4일 단판 승부로 벌어진 OK금융그룹과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봄 배구’를 일찍 마쳤다.
 
KB손해보험은 체제를 가다듬으며 2021-202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후인정 경기대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후인정 신임 감독은 프로 원년인 2005년 공격상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으며 현대캐피탈의 정규리그 2연패(2005-2006ㆍ2006-2007시즌)를 이끌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주장으로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KB손해보험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뽑는 대신 지난 시즌 함께 뛴 케이타와 재계약하며 다가오는 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후인정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은 수비와 사이드 블로킹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다만 지난 시즌에 활약한 선수들이 2021-2022시즌에도 뛴다. 기존 선수들과 더 강한 팀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하기 위해선 일단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인정 감독이 2020-2021시즌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린 케이타, 황택의 등 간판 스타들을 조련하며 팀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백종민(한국스포츠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