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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8-2019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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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시즌 V리그 남자부의 '봄배구' 티켓을 향한 경쟁은 유난히 뜨거워 리그 막판이 될 때까지 포스트시즌에 나설 3팀이 쉽사리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시즌 초반 연이은 부진으로 일찌감치 이 레이스에서 탈락한 KB손해보험은 시즌 내내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KB손해보험이 그랬다. 1~3라운드까지 올린 성적은 4승14패 승률 22.2%. 시즌 초부터 주전들의 줄부상이 이어진데다 어수선한 팀 구성까지 겹치며 연전연패가 이어졌다. 그러나 리그가 4라운드에 접어들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4라운드 3승3패로 처음으로 5할 이상 승부를 해내더니 5라운드 5승1패, 6라운드 4승2패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KB손해보험의 후반기 성적은 12승6패 승률 66.6%. 이는 정규리그 2위 팀이자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현대캐피탈의 61.1%를 넘어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의 후반기 승률과 동일한 성적이다. 특히, 5, 6라운드의 고공비행은 놀라울 정도다. 그야말로 ‘환골탈태’. 어떻게 이런 대반전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1라운드가 막바지에 내린 두 개의 중요한 결정이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첫 번째는 외국인 선수 교체다. KB손해보험은 10월31일 KOVO컵에서의 부상으로 1라운드 한 경기만 뛴 뒤 개점휴업중이던 외국인 공격수 알렉스를 내보내고 대체 외국인선수로 펠리페를 영입했다. 이어 열흘만인 11월9일 이강원과 삼성화재의 김정호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이를 통해 KB손해보험의 선수구성이 큰 폭으로 변했다. 올 시즌 V리그 개막전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이강원을 선발 라이트로, 알렉스와 황두연을 선발 레프트로 내보냈다. 2017~2018시즌과 대소동이한 라인업이다. 그러나 외인 교체와 트레이드 이후로는 주전 라이트 펠리페와 두 명의 국내 레프트로 라인업이 짜여졌다. 사실상 팀 공격라인의 전체적인 구성을 뒤집은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있었다. 국내 선수로만 짜여진 레프트 진용이 리시브에 약점을 노출하며 오히려 팀 전체 공격이 삐걱거렸다. 리시브의 안정감과 공격의 날카로움을 모두 갖춘 토종 레프트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였다.
 
이런 KB손해보험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트레이드를 통해 온 김정호와 군에서 1월 제대해 합류한 정동근이다. 김정호는 주전으로 본격 기용된 5~6라운드에서 펠리페 다음으로 많은 경기당 11.1득점을 올리며 순식간에 팀의 주요 공격루트로 자리잡았다. 특히, 특유의 빠른 스피드로 54.55%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정호는 리시브에서도 36.25%의 효율로 충분한 보탬이 됐다. 
 
정동근도 공격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리시브에서 43.14%의 효율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안정감을 보여줬다. 확률 높은 공격력과 믿음을 줄만한 리시브를 동시에 갖춘 레프트를 찾던 KB손해보험의 여정이 시즌 막판에 가서 빛을 발했다. 이는 라이트 펠리페의 폭발로까지 이어졌다. 5~6라운드에서 펠리페는 51.26%의 높은 확률로 265개의 스파이크를 코트에 떨어뜨리며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물론, 시즌 막판 KB손해보험의 성공이 이런 공격수 진용의 변화만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선수단 구성에 적지않은 변화가 시즌 내내 이어졌음에도 KB손해보험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주전 세터 황택의와 리베로 정민수의 존재가 컸다. 시즌 초반에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프로 3년차 세터 황택의는 복귀 이후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 시스템의 확고한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특유의 빠른 토스에 적합한 공격진용이 완성된 마지막 두 개 라운드에서는 리그 1위인 세트당 10.73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는 등 리그 최정상급 세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야심차게 영입한 정민수는 리시브 라인의 중심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안정적인 리시브와 다수의 디그를 공급했다. 2017~2018시즌 수비부분에서 리그 최하위였던 KB손해보험은 정민수와 젊은 리시브라인의 시너지효과로 올 시즌 팀 리시브 3위(효율 39.59%), 디그 3위(세트 당 9.028개)의 오르는 큰 성과를 올렸다. 시합을 잘 풀어나가다가도 갑작스럽게 리시브라인이 붕괴하며 역전을 허용하곤 했던 시즌 초의 KB손해보험의 모습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KB손해보험의 2018~2019시즌이 끝났다. 비록 6위에 그치며 8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희망이 있기에 웃을 수 있었던 한 시즌이었다. 이제 차기 시즌은 이 희망을 결과로 바꿔나가야 할 때다. 기존 레프트자원인 황두연의 입대, 손현종의 이적 등으로 2019~2020시즌 KB손해보험은 김정호를 중심으로 한 공격라인으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 시즌 동안 옥석들을 고르고 골라 만든 라인업이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오르는 것. 과연 이번 시즌 후반기 빛나는 성장을 보였던 KB손해보험의 젊은 공격수들이 차기 시즌에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을까. 일단 전망은 밝다. 그리고 이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내년 시즌 봄배구에 나서는 KB손해보험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서필웅(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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