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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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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금성통신으로 창단한 KB손해보험 스타즈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하지만 V-리그에선 들러리 신세였다. 역대 최고 성적이 창단 첫 시즌인 2005 시즌과 2005~2006 시즌에 거둔 3위다. 이후 성적은 참담했다. 2006~2007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 4→4→4→4→4→6→5→5→6→6→6위에 그쳤다. 7개 팀 중 3개 팀이 초대받는 ‘봄 배구’는 KB손해보험의 꿈이었다.

KB손해보험은 2016~2017 시즌을 마친 뒤 큰 결단을 내렸다. ‘봄 배구’를 하기 위해 연고지인 구미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구미가 반발했지만 KB손해보험은 연고지 이전을 강행했다. 수원에 숙소를 두고 있어 홈경기를 치르기 위해 구미까지 원정 아닌 원정을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KB손해보험이 새로 터를 잡은 곳은 의정부였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맞아 KB손해보험은 목표로 잡았던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10~2011 시즌 이후 7 시즌 만에 4위에 오르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KB손해보험은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연고지만 이전한 것이 아니었다. 사령탑도 교체했다. 구단은 강성형 감독이 내려놓은 지휘봉을 권순찬 코치에게 안겼다. 권 감독은 사령탑 제의를 받고는 “저보고 하라고요?” 하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만큼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구단 고위층은 선수들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권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선수 시절 레프트와 센터로 활약했던 권 감독은 2002년 은퇴 후 아마추어 지도자로 활약하다 2009년부터 우리카드, 대한항공, KB손해보험에서 코치를 지냈다.

KB손해보험의 파격 행보는 계속됐다. 2016~2017 시즌 잔부상에 시달렸던 간판스타 김요한과 세터 이효동을 OK저축은행에 보내고, OK저축은행의 센터 김홍정과 라이트 강영준을 데려오는 2대2 트레이드를 실시한 것이다. 또 한 번의 트레이드로 센터 전진용까지 한국전력에서 영입했다.

권 감독이 취임하자마자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두 가지였다. 패배의식을 떨쳐 버리자는 것과 다양한 플레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권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2011~2012 시즌부터 이어져 온 6-5-5-6-6-6이라는 흑역사 지우기에 나섰다. 우선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패배의식을 떨쳐냈다. 그리고 선수들을 질책하는 대신 칭찬하며 자신감을 심어 줬다.

KB손해보험의 약점은 세트 후반 승부처에서 쉽게 무너지는 것이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줬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KB손해보험은 4세트에서 20-24로 밀리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무서운 뒷심으로 24-24 동점을 만든 뒤 기어이 30-28로 4세트를 잡고 승리를 따냈다. KB손해보험은 4세트 20-24로 뒤져 있었을 때도 강서브를 구사했다. 권 감독이 “지고 있어도 강한 서브를 넣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권 감독의 배짱과 뚝심을 닮아 갔다. 권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무엇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런 말을 할 거면 코트에서 보여 주면 되지 않느냐”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또 권 감독은 주전 세터인 황택의에겐 주포 한 명만 보지 말고 모든 선수를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이 때문에 KB손해보험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동안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이 공격 비중을 나눠가졌다.

KB손해보험이 국가대표 라이트 이강원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권 감독은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레프트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를 외국인 선수로 뽑았다. 시즌 초반 주전 세터 황택의와 알렉스의 호흡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은 아쉬웠다. 황택의의 토스는 V-리그에서 가장 낮고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만일 알렉스가 황택의의 토스에 더 빨리 적응했더라면 KB손해보험은 돌풍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마르코 페헤이라(OK저축은행)의 동생인 알렉스는 다가오는 2018~2019 시즌 재계약을 확정하며 KB손해보험과 또 한 시즌 함께하기로 하였다.

KB손해보험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시즌 전반기에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휴식기가 지난 후 처지면서 승점 54(19승17패)로 4위에 머물러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우선 ‘서브의 팀’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또 선수들이 강팀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실수도 줄어들었다. 다만 서브 리시브와 블로킹에서 약한 부분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KB손해보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황택의다. 화성 송산고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황택의는 2016~2017 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지명됐다. 그 시즌 양준식이 부진하자 황택의는 2라운드 후반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거침없는 경기 운영과 매서운 스파이크 서브가 장점인 황택의는 다음 시즌 한 단계 진화된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고지를 의정부로 옮기는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한 KB손해보험은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줬다. KB손해보험의 다음 시즌 목표는 ‘봄 배구’에 참가하는 것이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이번 시즌 막판 뒷심이 모자라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제주와 속초에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하며 다음 시즌엔 고비에서 무너지지 않고 봄 배구에 나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김태현(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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