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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20-2021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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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저한 리빌딩, 예고된 추락
 
현대캐피탈에선 개막 전부터 변화의 조짐이 느껴졌다. 2020년 9월 주전 세터 이승원을 삼성화재에 내주고 세터 김형진을 데려왔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선 센터 김재휘를 내주고
KB손해보험의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았다. 이 지명권은 1순위 픽이 됐지만,
최대어로 꼽힌 임성진(한국전력) 대신 리시브 능력이 뛰어난 김선호를 지명했다. 
주전 리베로도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아닌 신인 박경민을 선택했다.
 
개막 2연승 이후 연패에 빠지자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더 과감해졌다. 2라운드 도중 한국전력과 선수 3명씩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팀의 기둥인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과 베테랑 세터 황동일을 한국전력에 내줬다. 그리고 김명관, 이승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었다.
이번 시즌 성적을 포기하더라도 다음 시즌을 내다보겠다는 의지였다.
2019년 주전 6명의 평균연령(외국인선수 제외)은 32세였지만, 2021년엔 25.6세까지 낮아졌다.
30대 선수는 미들블로커 최민호 뿐이다. ‘현대캐피탈 청소년 배구단’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실수를 하는 선수들에게
“앞으로 너희의 시대가 올 거야. 걱정하지 마. 부담 없이 그냥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거야”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현대캐피탈의 추락은 이어졌다. 특히 신영석을 포기하면서 팀 전력은 급강하했다. 
트레이드 이후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환점을 돈 시점에선 5승 13패를 기록했다.
봄 배구의 꿈은 일찌감치 사라졌다. 
 
◆ 베테랑도 신예도 함께 간다
 
 “문성민이 돌아왔습니다.” 1월 2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전 후 최태웅 감독은 패장이지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현대캐피탈 팬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문성민이 무릎 수술 이후 돌아와 자신의 건재함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투입된 문성민은 송준호와 함께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경기 이후 문성민은 주전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라이트와 레프트를 오가며 경기 흐름을 바꿨다.
 
지난 5시즌 동안 주장을 지낸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정신적 지주다.
하지만 2017~18시즌을 정점으로 코트에 서는 시간이 줄었다.
현대캐피탈이 리빌딩을 선택하면서 그의 자리도 없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베테랑 선수에게도 역할이 있음을 시사했고, 문성민은 그 몫을 했다.
 
최고참인 여오현도 마찬가지였다. 우승반지만 9개를 가진 그는 이번 시즌 박경민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불평불만 없이 후배들을 이끌었다. 여오현은 “박경민이 나보다 낫다”고 했고, 
박경민은 “여오현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고 화답했다.
언제나 쉰 목소리로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출전수는 적었지만 리시브 효율은 최상위권이었다.
 
리빌딩 팀은 항상 고참과 신진급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해야한다는 고민에 빠져 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만큼은 그런 고민을 쉽게 해결했다.
문성민은 "이번 시즌 우리 팀에 큰 변화가 있었고, 후배 선수들이 잘 끌어올려 줘 선배로서 뿌듯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시즌을 향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현대캐피탈의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까
 
2020~21시즌은 현대캐피탈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6위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건 2005년 프로 출범 이후 두 번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캐피탈의 리빌딩은 잘 진행됐다. 젊은 선수들은 확실히 성장했다.
“신인왕 트로피를 두 개로 나눠줄 수 없느냐”던 최태웅 감독의 행복한 고민처럼
레프트 김선호와 리베로 박경민은 신인왕 집안싸움을 벌였다.
결국 김선호가 투표 1위, 박경민이 2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이 신인왕을 배출한 건 2007~08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김명관도 한전에서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가능성을 비쳤다. 허수봉 역시 군복무 이후 첫 풀타임 시즌을 무난하게 치렀다. 모처럼 얻은 드래프트 상위 순번을 활용한 전력 보강도 가능했다.
 
놀랍게도 후반기엔 승률 5할도 넘어섰다.
4라운드와 5라운드에선 각각 4승 2패를 거두는 등 10승 8패를 기록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사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시즌 중에 성적을 포기했기 때문에)많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잘 이겨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지는 데 스트레스가 있고,
성적 하락으로 인한 연봉 협상의 불리함도 있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물론 승부욕이 강한 최태웅 감독도 이를 이겨내야 했다. 
최 감독은 “처음부터 (지는 부분은)생각하고 한 것이니까”라고 했다.
 
성공적인 리빌딩이 가능했던 건 구단과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다.
구단 프런트들은 최태웅 감독과 함께 3~4년 뒤를 바라보는 운영 쪽에 무게를 두자고 결정했다.
구단주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태웅 감독을 공개지지했다.
이교창 단장도 '당장의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시즌이 끝난 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리빌딩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결국 재건이라는 말 그대로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
명문인 현대캐피탈이라면 그 시간을 더욱 짧게 만들어야 한다.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 바로 전광인의 복귀다. 군복무중인 전광인은 12월에 합류한다.
후반기부터 몸을 끌어올리면 팀에 큰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새 외국인선수 보이다르 브치세비치(세르비아)도 대표팀 차출이란 난제가 있지만
신장(207㎝)과 타점(스파이크 높이 355㎝)가 뛰어나 기대가 된다. 
팬들의 함성이 다시 울릴 ‘배구특별시’ 천안의 부활이 가능해 보이는 이유다.
 
김효경(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