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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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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세 시즌 만에 주포 문성민을 레프트로 돌리고 라이트에 외국인 공격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은 외인은 한국전력 출신 바로티였다. 한데 시즌에 돌입해보지도 못하고 문제가 생겼다. 바로티가 일본 산토리 썬버즈와의 연습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했다. 최 감독은 전술을 전체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문성민을 라이트로 복귀시키고 레프트 외인을 구했다. 안드레아스 프라코스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앞두고 최 감독이 극복해야 할 것은 한 가지 더 있었다. 6명이 대표팀에 차출돼 정상훈련을 할 수 없었다. 최 감독은 첫 시즌만큼이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디펜딩챔피언'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불안한 전력에도 승리를 챙기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1라운드를 3승3패로 마쳤지만 강력한 서브를 장착한 팀에 리시브 불안을 노출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해결사들이 팀을 구해냈다. 주장 문성민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동갑내기이자 '배구 대통령' 신영석도 국내 최고의 미들블로커의 면모를 과시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에 최민호의 군 입대로 드러난 공백을 차영석과 김재휘가 메워줬다.

안드레아스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가운데 두 번째 레프트에서도 로테이션이 이뤄졌다. 송준호가 부진하면 박주형이 살아났고 박주형이 가라앉으면 송준호가 부활했다. 현대캐피탈은 그렇게 전반기를 2위로 버텨냈다. 최 감독은 "전반기는 우리가 하루 1위를 했을 뿐 삼성화재의 독주였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팀이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서기 위해 초점을 맞췄다. 그래도 선수들이 위기에서 흔들림 없이 버텨줬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의 아킬레스건은 주전 세터 노재욱의 몸 상태였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언제 탈이 날지 모를 일이었다. 때문에 최 감독은 노재욱의 몸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했다. 팀 훈련시간을 최소화시키고 2시간 정도 치료를 받게 했다. 노재욱을 위해 2시간 이상 이동하는 거리가 생기면 전날 원정 경기장 주변 호텔로 이동해 숙박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후반기 좀 더 각 분야의 점유율 분배에 신경 썼다. 문성민에게는 라이트임에도 수비의 짐을 늘렸고 신영석의 공격 비중도 높였다. 역시 지난 두 시즌 간 경험한 '최태웅식 창조적 배구'가 다시 살아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든지, 어느 상황에서도 토스를 공격수에게 연결할 줄 아는 능력으로 위기에 대처했고 송준호-박주형에게도 서브 리시브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도 강조했다. 코트 위에선 예측하기 힘든 플레이가 나왔다.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4경기를 남겨두고 현대캐피탈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5~2016 시즌 이후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 사령탑 부임 이후 두 번째 정규리그 정상에 섰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환희는 두 시즌 연속 맛보기 어려웠다.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 아픔이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려고 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문성민과 신영석에다 세터 노재욱까지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상에 신음했다. 백업 세터 이승원과 공격수들은 엇박자가 났다. 더 안타까웠던 점은 정규리그 때 보여줬던 '창조적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사령탑의 지략에서도 최 감독이 다소 밀리는 모습이었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서브를 짧게 넣어 승리를 챙긴 경기가 많아 비슷한 전략을 사용했지만 먹히지 않아 전략을 수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기세는 대한항공에 빼앗기고 말았다. 챔피언결정전은 무기력했고 다시 한 번 준우승을 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 감독과 선수들은 실패가 아니다. 시즌 초반 숱한 변수와 역경을 뚫고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서 현대캐피탈에 우승 DNA를 다시 심었다. 단지 단기전인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어떻게 선수들의 몸과 심리를 다독여야 하는지 최 감독도 느낀 부분이 많다. 단기전에선 수많은 전략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반대로 최 감독과 선수들이 두려워하는 건 징크스다. '정규리그 우승→챔프전 준우승' 공식이 굳어져 버릴까 하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현대캐피탈에 큰 공부가 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게 변수를 줄여가야 한다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은 더 강해졌다고 봐야 한다.

김진회(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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