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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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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부딪침’이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 ‘좌충우돌’은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최하위에 그친 한국전력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코트 안에서, 또 코트 밖에서 한국전력은 이리저리 사고가 발생하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변화는 계속 시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만하다.
1라운드 1승 5패로 시작해 2라운드에 3승 3패로 반등했지만 이후 3라운드와 4라운드 1승 5패에 이어 코로나19로 시즌이 비정상 종료되며 마지막 라운드가 된 5라운드는 결국 6전 전패로 마감했다. 5라운드까지 인정하는 2019~2020시즌 공식 성적은 6승 24패. 6라운드를 소화한 2018~2019시즌의 4승 32패보다는 분명 나아진 성적이다.
 
2018~2019시즌의 부진은 김철수 감독의 사퇴로 이어졌고, 수석코치였던 장병철 감독이 감독으로 승격해 분위기 개선을 추진했다. 여기에 2019~2020시즌 개막 전과 시즌 중,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과감한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영입으로 선수단 분위기 개선을 노렸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둘 만한 시즌이다.
 
◇ 장병철 감독의 부임, 새 출발을 선언하다
 
2018~2019시즌 평균 1라운드당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부진에 그친 한국전력은 당시 팀을 이끌었던 김철수 감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철수 감독의 후임으로 많은 지도자가 거론된 가운데 한국전력은 수석코치였던 장병철 현 감독의 내부 승격을 결정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장병철 감독 체제에 힘을 싣기 위해 적극적인 선수단 개편도 약속했다.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감독 선임으로 큰 산을 하나 넘은 한국전력은 구단 외부적으로도 잡음이 컸던 연고지 문제를 수원 잔류를 결정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광주광역시의 연고 이전 추진 움직임이 컸지만 선수단의 반대에 부딪친 한국전력은 수원 잔류까지 확정하며 새 시즌 준비를 위한 힘찬 출발을 알렸다.
 
구단 내외부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한 한국전력은 운도 따랐다. 2019~2020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를 얻어 V-리그 유경험자인 캐나다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 가빈 슈미트를 지명했다. 입대로 팀을 떠난 ‘에이스’ 서재덕의 그림자를 지우기에 충분한 선수였다.
 
과거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V-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가빈을 데려온 한국전력은 리베로 이승현과 세터 권준형을 삼성화재로 보내고 리베로 김강녕과 센터 정준혁을 영입했다. 선수단 체질개선의 시발점이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의 영광은 한국전력의 차지였다. 거취가 기대됐던 경기대의 장신 세터 김명관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먼저 프로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시즌 개막 전까지 한국전력의 새 출발은 퍼즐이 착착 들어맞는 듯 했다.
 
◇ 논란의 5승 발언, 현실이 된 농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V-리그로 돌아온 ‘왕년의 스타’ 가빈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2019~2020시즌 팀의 목표로 시즌 5승을 제시했다. 그의 발언은 이후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정정됐지만 그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2018~2019시즌 남자부 최하위 팀의 고민이 녹아있는 ‘에이스’의 고민이었다.
 
한국전력은 2019~2020시즌을 시작하는 KB손해보험과 첫 경기를 풀 세트 끝에 아쉽게 패한 것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우리카드에 연패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을 원정에서 잡고 ‘고춧가루 부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라운드에도 다시 한번 현대캐피탈을 꺾었고, KB손해보험에 이어 OK저축은행을 풀 세트 끝에 발목을 잡으며 올 시즌 최고의 라운드를 보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진행하며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규정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며 흔들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5라운드 초반에는 남자부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꼽혔던 신인 레프트 공격수 구본승이 단체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팀을 떠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선수단 안팎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며 한국전력은 매 라운드 1승을 얻는 것도 힘겨운 시기가 계속됐다. 코로나19로 시즌이 비정상 종료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전력의 연패는 더 길어졌을 수도 있는 최악의 마무리가 됐다.
 
◇ ‘우리도 투자 합니다’ 더는 공허한 외침이 아니다
 
2018~2019시즌보다는 나은 성적이었지만 여전히 최하위의 부진에 그친 한국전력은 2019~2020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영입전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영입으로 단번에 배구팬의 눈을 사로잡았다. 삼성화재에서 활약하던 국가대표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를 데려오며 큰 전력강화에 성공했다.
 
박철우를 데려오며 3년간 연봉 5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으로 총액 21억원짜리 대형 계약을 맺은 한국전력은 주전 리베로 오재성에게도 V-리그 남자부 리베로 최고 연봉인 3억원에 계약했다. OK저축은행에서 레프트 공격수 이시몬도 영입하며 선수층을 강화한 한국전력은 단번에 탈꼴찌를 노릴 만한 선수단 구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매 시즌 선수단 안팎에서 잡음만 일었던 한국전력이 모처럼 2019~2020시즌 종료 후 기분 좋은 소식으로만 배구팬을 설레게 만들었다. 한국전력의 과감한 투자는 사실상의 탈꼴찌 선언이다. 이로 인해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는 더욱더 치열한 순위 경쟁이 시작됐다.

오해원(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