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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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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우승 뒤 2연속 꼴찌’ 앞 두 시즌(2014~2015, 2015~2016)엔 시몬이 있었고, 뒤 두 시즌(2016~2017, 2017~2018)엔 시몬이 없었다. OK저축은행은 세계 정상급 외국인 공격수 로버트랜디 시몬(쿠바)이 떠나자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처럼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시몬이 떠난 뒤 V-리그의 외국인 선발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긴 더욱 어려워졌다.

◇시즌 개막 전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시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절치부심했다. 기대에 충족할만한 모습을 못 보인다 해도 우리만의 색깔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시즌의 부진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새로 뽑은 외국인선수도 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드래프트 참가 선수 가운데 최고로 손꼽힌 브람 반 덴 드라이스(벨기에)가 전체 1순위로 OK저축은행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브람은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로 2016~2017시즌 프랑스리그 득점 1위에 올랐고, 2013년엔 유러피언 챔피언십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국내 선수 구성도 괜찮았다. 직전 시즌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레프트 송명근이 복귀했고, 레프트 송희채도 비시즌 국가대표팀에서 경험을 쌓으며 한결 성숙해진 듯했다. KB손해보험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요한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엔 그의 포지션을 레프트에서 센터로 바꿨다. 어깨가 좋지 않은 그의 활용법을 고민하다 내린 김세진 감독의 승부수였다.

◇외국인 교체에 삭발까지 했지만… 시즌 초부터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반등의 희망은 시즌 초부터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지난 시즌처럼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도 없었지만, 패배가 계속됐다. 문제는 범실이었다. 어렵사리 점수를 내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범실을 쏟아내며 스스로 무너졌다. 팀은 하위권을 맴돌았고 선수단은 패배 의식에 젖어들었다.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아 김세진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브람은 1~2라운드 12경기에서 공격성공률 50.7%, 288득점을 기록했다. 1순위 외국인다운 활약은 아니지만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없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브람을 방출했고 12월 1일 포르투갈 출신 공격수 마르코 페레이라를 영입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브람의 기량이 떨어져서 교체한 건 아니다. 현재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교체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충격 요법의 효과는 없었다. 마르코는 전혀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도 해주지 못했다. 마르코의 합류에도 팀의 연속 패배는 계속됐다. 창단 첫 시즌(6위) 기록했던 팀 최다 연패(8연패)와 동률을 이루고 나서야 간신히 다음 경기(12월 26일 KB손해보험전)에서 승리했다. 연패 기간 이민규와 김요한 등 팀 주전 선수들이 짧게 머리를 자르며 분전했지만 팀 순위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즌 후반기엔 9경기 연속 패배하며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세우는 굴욕을 겪었다.

◇“시몬 뛰는 동안 조연이었던 국내 선수 이젠 주연으로 거듭나야”

도드람 2017~2018 V-리그 OK저축은행은 홈경기 14연패(連敗)를 기록하며 안산 팬들을 실망시켰다. 3월 10일 시즌 최종전인 현대캐피탈과 대결에서 3대2로 승리, 두 자릿수 승수(10승)를 올린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거리였다. 직전 시즌 OK저축은행은 7승(29패)이 전부였다. 어쨌건 결과는 두 시즌 연속 최하위(7위)로 같았다. 일각에선 “시몬이 뛰는 기간 국내 선수들이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기르지 못했다.”며 “현재 OK저축은행엔 해결사 역할을 해줄 국내 선수가 없다. 언제까지 외국인 선수 탓만 하고 손 놓고 있을 거냐”는 지적도 나왔다. 시즌 내내 해소되지 않았던 과도한 범실은 기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OK저축은행이 시즌 36경기에서 낸 범실은 1,005개다. 경기당 평균 27.9점을 범실로 점수를 헌납한 것이다. 남자부 7팀 가운데 네 자릿수 범실은 OK저축은행이 유일하다. 범실이 가장 적은 한국전력(800개)보다 205개가 많다. 팀의 부진 속에 이민규가 세트 부문 2위(세트당 10.30), 정성현이 수비 부문 3위(세트당 4.64)에 오르며 눈도장을 찍었다. 레프트에서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김요한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지만, 속공과 블로킹에서 크게 돋보이진 못했다.

◇우승 2번과 꼴찌 2번, 다음 시즌 진짜 시험대에 선 김세진 감독

도드람 2017~2018 V-리그를 7위로 마감한 김세진 감독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과거의 영광은 내려놓아야 한다. 나부터 최근 2시즌 동안 외국인 4명을 쓴 상황을 돌아보겠다.”며 “이제는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을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타 선수 출신인 김세진 감독은 신생팀 OK저축은행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해 창단 두 번째 시즌(2014~2015)부터 2년 연속 팀을 정상에 이끌며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그의 지도력을 향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우승 2번과 꼴찌 2번으로 그는 다시 원점에 섰다. 다가오는 2018~19시즌, 김세진 감독은 진짜 시험대에 섰다.

김승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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