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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8-2019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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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출발이 좋지 않아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성경 구절이다. OK저축은행의 한 해는 이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스타트는 더할 나위 없었지만 올해도 빈손으로 끝났다. 시즌 종료 후에는 매끄럽지 못한 감독 선임 과정으로 타구단과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야심차게 출항했던 OK저축은행의 2018~2019시즌은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요스바니의 화려한 등장 
 
2017~2018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OK저축은행은 이렇다 할 전력 보강없이 새 시즌에 임했다. 오히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송희채(삼성화재)를 내주면서 리시브 라인에 공백이 발생했다. 보상 선수로 리베로 부용찬을 데려오긴 했지만 포지션 특성상 공격진의 파괴력을 채워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심에 빠진 OK저축은행의 구세주로 등장한 이가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다. 쿠바 출신 요스바니는 사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할 뻔 했다. 트라이아웃 참가 당시 구단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요스바니는 29위에 그쳤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트라이아웃 규성상 선호도 상위 30명만이 한국행을 위한 마지막 쇼케이스에 나설 수 있다. 팀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매려적인 경력을 갖추지 못했던 요스바니는 현대캐피탈이 높은 점수를 줘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현대캐피탈로 굳어지던 요스바니의 최종 행선지는 김세진 감독의 과감한 선택으로 뒤바뀌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김세진 감독은 검증된 파다르를 거르고 레프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요스바니를 선택했다.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보여준 성실성도 김세진 감독을 사로잡았다. 요스바니의 초반 활약은 실로 엄청났다. 한국전력과의 개막전에서 27점을 올린 요스나비는 우리카드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38점을 쏟아냈다. 공격 성공률은 무려 73.91%나 됐다. 1라운드 내내 펄펄난 요스바니 덕분에 OK저축은행은 5승1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창단 첫 우승을 안긴 ‘괴물’ 시몬이 떠난 이후 마르코, 모하메드, 브람 등 외국인들의 기량 미달에 울상을 지어야 했던 OK저축은행은 요스바니라는 새 엔진을 장착해 초반 순위 경쟁을 주도했다. 
 
-국내 선수들 침묵과 추락하는 순위 
 
연이은 ‘외국인 농사 실패’의 악몽은 요스바니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봄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요스바니에게 편중된 공격만으로는 순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당 36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 속에 공격은 물론 리시브, 디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 시즌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요스바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요스바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체력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워낙 많은 공을 때린 탓에 개막 전부터 우려를 샀던 무릎과 어깨가 서서히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과부하의 여파는 참담했다. 요스바니의 공격 성공률은 1라운드 60.87%, 2라운드 57.96%, 3라운드 54.39%로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순위 싸움을 위해 승수를 벌어야했던 4라운드의 공격 성공률은 48.55%로 절반 아래까지 떨어졌다.

요스바니의 부담을 나눠야 했던 국내 선수들의 몸상태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데뷔 첫 풀타임을 소화한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 조재성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잘 되는 날과 안 되는 날의 차이가 심하다는 것인데 조재성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몸이 가벼운 날에는 남부럽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하다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범실을 쏟아내다가 벤치로 불려나가기 일쑤였다. FA 첫 시즌을 맞이한 주장 송명근의 행보도 아쉽긴 마찬가지. 올 시즌 36경기에 모두 뛴 송명근은 무릎 수술의 후유증 탓인지 260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부상으로 14경기만 소화했던 2016~2017시즌(167점)을 제외하면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다. 2017~2018시즌(497점)에 비해 득점이 절반 가랑 줄었다.

서브 리시브 역시 만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송희채가 빠지면서 두 번째 레프트로 변신한 송명근은 상대의 집요한 목적타 서브를 감당하지 못했다. 차지환의 더딘 성장과 부활을 꿈꿨던 김요한의 센터 변신 실패, 이민규의 크고 작은 부상 또한 OK저축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되며 주전 센터로 각광 받았던 전진선은 9경기만 뛴 뒤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숱한 악재와 마주한 OK저축은행의 순위는 나날이 추락했다. 2라운드 6경기 반타작으로 불안한 조짐을 보이더니 3라운드에서 2승4패로 흔들렸다. 4라운드 2승4패는 순위 싸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때 5위까지 밀린 OK저축은행은 결국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둔 김세진 감독은 봄 배구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권혁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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