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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20-2021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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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에 휘청거린 OK금융그룹, 5년 만의 봄배구로 ‘절반의 성공’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한 OK금융그룹의 첫 시즌은 절대 녹록치 않았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은 모기업인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OK금융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지 1년 후인 2020년 10월, OK금융그룹 읏맨 배구단으로 새로 탄생했다.
 
새로운 활력 덕분인지 석진욱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을 1라운드 전승과 함께 화끈하게 시작했다. 
2020-2021시즌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5전 전승팀 KB손해보험을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제압하며
OK금융그룹의 내공이 더 세다는 걸 증명했다.
반환점을 돌 때만 해도 좋았다. OK금융그룹은 3라운드를 12승 6패, 승점 32로 마쳐 후반부에도 대한항공,
KB손해보험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예고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악재가 OK금융그룹을 기다렸다. 
 
봄배구를 향한 한 치 양보 없는 순위 싸움이 이어지던 2021년 2월 13일, 학교 폭력 의혹을 받던
OK금융그룹 레프트 송명근과 심경섭이 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OK금융그룹은 자숙의 의미로 두 선수가 정규리그 남은 7경기를 뛰지 않기로 했다고 다음날 발표했다.
시즌 17승 12패를 거둬 3위를 달리던 OK금융그룹은 이후 ‘학폭’의 직격탄을 맞았다.
 
송명근과 심경섭이 이탈한 뒤 첫 경기이던 한국전력과의 일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OK금융그룹을 덮쳤다.
2월 21일, 6라운드 첫 경기 상대인 KB손해보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OK금융그룹도 영향을 받았다. 
 
정규리그가 중단된 가운데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 선수들은 휴식과 재정비로 한숨을 돌린
다른 팀과 달리 확진 선수와 밀접접촉 가능성 때문에 2주 격리를 거쳤다. 
주전 선수들의 공백과 훈련 부족마저 겹친 탓에 3월 초 6라운드 재개 후에도
OK금융그룹은 실력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우리카드에 잇달아 패해 봄배구 경쟁에서 밀리던 OK금융그룹은 3월 28일
삼성화재를 제물로 승점 3을 챙겨 4위로 올라서며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OK금융그룹은 대한항공에 졌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있던
한국전력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카드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한 덕분에 
OK금융그룹이 한국전력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나란히 승점 55를 기록한 가운데 19승 17패를 거둔 OK금융그룹이 다승에서 앞서
18승 18패에 그친 한국전력을 5위로 밀어냈다. 
OK금융그룹과 정규리그 3위 KB손해보험(승점 58·19승 17패)과 승점 차가 3점 이내였기에
V-리그 규정에 따라 두 팀 간의 준플레이오프(단판 대결)가 5년 만에 성사됐다. 
우여곡절을 두 번이나 겪은 OK금융그룹은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한 2015-2016시즌 이래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OK금융그룹은 ‘부담 없이 즐기자’는 다짐으로 KB손해보험에 맞섰다.
독보적인 외국인 선수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버틴 KB손해보험을 상대로
OK금융그룹은 무서운 집중력으로 밀어붙인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케이타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KB손해보험의 범실을 유도한 끈질김의 승리이기도 했다.
 
석진욱 감독은 케이타보다 화려한 세리머니를 한 선수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선수들은 더욱 신명나게 코트를 누비며 분위기 싸움에서도 KB손해보험을 제압했다. 
OK금융그룹은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에서 호기롭게 붙었다. 
10년 만에 봄 배구를 즐긴 KB손해보험과 달리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우리카드의 실력은 훨씬 강했다. 
OK금융그룹은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 세트씩만 따낸 끝에 우리카드에 2연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을 꺾어 OK금융그룹의 최종 순위는 4위에서 3위로 올라갔다.
 
석진욱 감독은 “시즌을 계획했던 대로 끝까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며
“올 시즌 3위라는 성적에 만족한다”고 평했다.
선수 시절 숱하게 우승컵을 품에 안았지만, 석 감독은 사령탑으로는 처음으로 단기전을 치렀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소득을 얻었다. 
 
석진욱 감독은 “마음가짐이 정규리그 때와 달랐고, 단기전이라는 부담이 컸다”며
“부담을 떨치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포스트시즌에선 더 나은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약속했다.
 
군 복무 후 팀에 합류한 차지환(74득점)과 김웅비(126득점) 두 레프트가
출전 기회를 잡아 득점 공백을 메우며 성장했다.
주전 세터 이민규와 센터 전진선의 입대로 2021-2022시즌 새 판을 짜야하는
OK금융그룹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행운의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해
V-리그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3연패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뽑았다.
 
석진욱 감독은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오는 레오의 화력과 왼손 라이트 공격수 조재성의 성장을 기대하며
새 시즌 비상을 준비한다. 
 
장현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