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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구분값
 ‘배구의 정석’ 우리카드, 이유있는 1위! 
 
올 시즌 우리카드가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배구 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카드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던 남자배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고, 결국 창단 첫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창단 첫 10연승에 창단 첫 정규리그 MVP 배출까지 ‘창단 첫’이라는 수식어가 끊이지 않았던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장충체육관이 홈구장인 걸 감안하더라도 올 시즌 남자부 최다 관중 1위를 포함해 5경기 중 4경기를 우리카드가 차지할 정도로 성적만큼 흥행몰이도 뜨거웠다. 
 
날아오른 나경복!
나경복은 생애 첫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인생 시즌’을 보냈다. 과거 ‘나기복’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들쭉날쭉한 경기력이 약점이었던 나경복이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대형 유망주’ 꼬리를 떼고, 당당하게 ‘차세대 거포’의 반열에 올랐다. 나경복은 올 시즌 득점에서 전체 6위이자 국내 선수 1위에 올랐고, 시간차 1위, 공격종합과 퀵오픈 4위, 서브 6위에 자리하며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약점으로 꼽혔던 리시브가 좋아진 점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FA 자격을 얻은 나경복은 프랜차이즈 스타답게 시즌이 끝나자마자 재계약을 맺으며 잔류를 선택했다. 나경복은 시즌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정규리그 1위임에도 ‘코로나 19’로 리그가 조기 중단돼 챔프전에 뛰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 단계 성장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벌써부터 다음 시즌 각오를 다지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나경복은 세대교체가 진행중인 대표팀에서도 강서브를 앞세워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 한국 남자배구를 이끌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 황경민은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한성정 역시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지난 2018-2019 시즌 에이스 아가메즈가 부상당하자 속절없이 무너졌던 우리카드였지만 올 시즌은 한층 강해진 ‘토종 삼각편대’를 앞세워 펠리페가 출전하지 못한 기간에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주연 못지않은 조연들 
비록 자신이 빠진 사이에 연승이 시작됐지만 10연승까지 상승세를 이어간 원동력으로 펠리페의 파괴력을 빼놓을 수 없다. 펠리페는 ‘코로나 19’ 여파로 가족이 브라질로 출국한 뒤에도 끝까지 남아 우승을 향한 강력한 염원을 드러내며 팀에 확실히 녹아들어간 모습을 보였다. 이상욱 리베로는 뛰어난 수비로 공격수들을 뒷받침했고, 리그 ‘베스트 7’까지 뽑히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신영철 감독의 중점적인 지도를 받은 주전 세터 노재욱은 빠르고 정교한 토스로 나경복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이상욱의 대표팀 차출과 노재욱의 부상 공백을 메워준 하승우 세터와 신인 리베로 장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조연이다. 방출의 아픔을 딛고 속공 2위에 오른 센터 최석기와 최고참 윤봉우가 보여준 노장의 품격도 1위의 밑거름이 됐다. 대형 스타는 없지만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원팀’의 위력은 시즌 내내 발휘됐다.
 
데이터가 말한다!
한층 진화한 우리카드의 경기력은 올 시즌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우리카드의 주요 부문 기록은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지난 2018-2019 시즌보다 훨씬 좋아졌다. 특히 꾸준한 훈련 덕분에 수비가 개선된 점이 고무적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최하위인 7위에 그쳤던 리시브 순위를 리그 3위까지 끌어올렸다. 33%에 그쳤던 리시브 효율이 40% 가까이 올라갔다. 4위였던 디그는 올 시즌 1위로 전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세트당 10개를 넘겼다. 안정된 수비 덕택에 공격도 더 날카로워졌다. ‘최석기 효과’를 톡톡히 본 속공은 4위에서 2위까지 올라갔다.
 
신영철 감독의 ‘소통의 배구’
신영철 감독은 시즌 전부터 팀을 충분한 준비시켰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뒤에도 마무리훈련까지 진행하며 다음 시즌 대비를 늦추지 않았다. 신감독이 시즌 내내 강조한 좋은 습관과 자신감은 우리카드를 범실이 가장 적은 팀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신답게 ‘90년대생’ 젊은 선수들과의 소통도 돋보였다. 경기 전날 포지션 별 선수들과 갖는 ‘커피 타임’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대화를 나누며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또, 시즌 초반 몸을 사리던 펠리페를 과감히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는 심리전으로 팀도 살리고 펠리페의 활약까지 이끌어내는 반전을 이끌어냈다. 전력분석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석코치직을 맡은 김재현 코치는 자신만의 전문성이 발휘된 방대한 데이터로 신영철 감독의 전술을 뒷받침했다.   
 
다음 시즌 과제? 천적을 넘어라!
우리카드는 올 시즌 25승 7패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을 상대로 5전 전승, 심지어 3위 현대캐피탈에 5승 1패를 거둔 우리카드지만 유독 상대전적에서 열세에 놓인 팀이 있었으니 2위 대한항공이다. 맞대결한 다섯 경기에서 대한항공 정지석과 비예나, 곽승석이 공격 성공률 50퍼센트를 넘긴 반면 나경복과 펠리페, 황경민은 40퍼센트대에 그쳤다. 결과는 우리카드의 2승 3패 열세. 우리카드의 무서운 패기가 노련한 대한항공만 만나면 흔들렸다. 우리카드의 11연승 도전을 막아세운 것도 대한항공이었다. ‘미리 보는 챔프전’이라 불렸던 지난 2월 9일 경기는 우리카드에 커다란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 시즌 챔피언에 도전하는 우리카드가 꿈을 이루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도 대한항공일 것이다.  
 
우리카드는 FA 최대어 나경복이 잔류했고, 센터 장준호를 영입하면서 이수황의 이탈 공백을 메웠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별을 달지 못했던 아쉬움을 다음 시즌에는 털어버리겠다는 목표 의식이 선수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내년 이맘때 쯤 우리카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박선우(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