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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20-2021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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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을 앞둔 한국도로공사는 큰 과제에 직면했다. 바로 세터 이효희(현 코치)의 은퇴였다. 
2017~2018시즌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이효희는 곧 한국도로공사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세터상 2회, 베스트7(세터 부문) 1회 수상에 빛나는 이효희의 빈 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시즌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이 한국도로공사는 2019~2020시즌 최하위 불명예를 탈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 
 
고심에 빠진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의 선택은 세터 이고은이었다. 
GS칼텍스와의 2대 2 트레이드를 통해 이고은을 영입한 김 감독은 스스로 세터 집중 과외를 했다고 말할 정도로 공을 들이며 팀 전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IBK기업은행, GS칼텍스를 거쳐 4시즌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이고은 역시 여전히
자신에게 따라붙는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센터 배유나의 부상 복귀 등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이 아쉬웠다.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신고했던
한국도로공사는 이후 6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쳐졌다. 
11월 한 달 내내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박정아와 새 외국인 선수 켈시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팀도 활로를 찾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세터 이고은과의 호흡 측면에서 테크닉보다는 높이에 강점이 있는 켈시를 택했지만
생각보다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리면서 골머리를 앓았다. 
리시브 라인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답답한 장면들이 반복됐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12월 1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였다. 
6연패 중이던 한국도로공사는 역시 2연패 중이던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풀세트
듀스 접전 끝에 3-2 승리를 따내면서 긴 터널에서 탈출했다. 
경기 뒤 켈시가 눈물을 쏟아냈을 정도로 선수단 전체의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의미 있는 기록도 나왔다. 
맏언니 센터 정대영은 이날 6득점을 하면서 V리그 여자부 통산 세 번째로 5000득점 고지를 넘었다.
 
연패에서 벗어난 한국도로공사는 이후 4연승을 달리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이후 4,5라운드 각각 3승 2패씩을 수확하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고무적인 건 켈시의 성장이었다.
시즌 초반 공격성공률 36%대에 머물던 켈시는 4라운드 들어 45%까지 기록을 끌어올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기 시작했다. 
키 191㎝에 서전트 점프 높이 63㎝의 타점 높은 공격을 앞세워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켈시 안의 승부사 기질을 깨우려는 김 감독의 노력도 통했다. 
김 감독은 “V-리그에서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다른 해외 리그에서도 얼마든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을 때릴수록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언니들의 활약도 빛났다. 리베로 임명옥은 직전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리시브, 디그, 수비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독식하며 V-리그 최고의 리베로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4라운드에만 62%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는 등 시즌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문가들로부터 “경기를 읽는 눈이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팀과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던
센터 정대영 역시 블로킹에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냈다. 
끝내 타이틀을 따내진 못했지만 KGC인삼공사의 센터 한송이와 시즌 내내 블로킹 퀸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정대영은 이번 시즌 5000득점과 1000블로킹이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센터도 매력적인 포지션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는
자신의 말대로 코트 위 센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두 고참이 블로킹과 리시브 라인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면서
박정아, 문정원, 이고은 등 주전 선수들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밖에 교체 자원이던 레프트 전새얀 등도 조금씩 성장의 알을 깨기 시작했다.
특히 베테랑들이 포진한 한국도로공사는 그동안 큰 경기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라운드를 최하위로 마친 한국도로공사는 3위로 마지막 6라운드를 맞이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봄 배구를 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번지기 시작했다.
 
방심이 문제였던 걸까. 3위 싸움 중이던 IBK기업은행과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하면서
순위 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던 한국도로공사는 이어진 KGC인삼공사,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스스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회를 떠나보냈다. 
결국 3위 IBK기업은행과 승점 1점 차이로 봄 배구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시즌 초반 6연패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합격점을 받긴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주니어 선수들의 성장 측면에서는
올 시즌에도 눈여겨볼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4년차 우수민이 여느 시즌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긴 했지만 팬들의 기대치는 그보다 더 높다. 
GS칼텍스와의 상대 전적(6전 전패) 등도 다음 시즌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새로운 시즌을 앞둔 한국도로공사는 다시 한 번 김종민 감독과의 동행을 선택하며
일찌감치 2021~2022시즌 준비에 나섰다. 
선수단 관리 등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재계약을 결정했다.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켈시와 재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초반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7개 구단 체제로 막을 올리는 2021~2022시즌,
한국도로공사는 자신의 바람대로 성공의 문을 하이 패스할 수 있을까.
늘 그렇듯 답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강홍구(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