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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21-2022 V-리그

구분값
숫자 2로 시작해 2로 끝난 한 시즌이었다. 그래서 ‘2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도로공사는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서 승점 70(24승 8패)을 따내며 2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승점 82(28승 3패)로 선두를 차지한 현대건설에 유일하게 2패를 안긴 팀이 한국도로공사였다. 이 때문에 ‘1강’ 현대건설도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한국도로공사는 6라운드 2경기를 치른 뒤 챔프전 없이 시즌 일정을 마감해야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시즌 개막 전 연습 체육관에 네트 2개를 펼쳤다. 연습용 코트를 2개면으로 넓힌 것이다. 
이를 발견한 취재진 사이에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30년 지기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GS칼텍스는 경기 가평군에 클럽하우스를 마련하면서 연습용 코트를 2면으로 설계했다. 공교롭게도 이 클럽하우스가 문을 연 뒤로 2021~2022시즌 개막 전까지 한국도로공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컵을 포함해 GS칼텍스에 내리 11연패를 당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3일 안방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0-3으로 완패하면서 맞대결 12연패 굴육을 맛봤다. 이 경기 작전 시간 도중 김 감독은 “너도 고은이처럼 할 거야?”하고 말했다. 여기서 ‘고은이’는 물론 이고은(27)이었고 ‘너’는 이윤정(25·이상 세터)이었다. 이 멘트는 결국 ‘투(2) 세터’ 체제로 시즌을 꾸려갈 것이라고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이고은을 주전 세터로 내세운 1라운드 6경기에서 3승 3패로 승점 9를 따내는 데 그쳤다. 순위는 7개 팀 가운데 한가운데인 4위. 당시 1~3위였던 현대건설, KGC인삼공사, GS칼텍스를 상대로는 0-3 완패를 당한 반면 5~7위와 맞붙은 세 경기에서는 전부 승점 3을 챙겼다. 
 
2라운드 첫 2경기에서도 똑같은 결과였다. 흥국생명은 3-1로 물리쳤지만 현대건설에서는 0-3으로 패했다. 특히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2세트 때 12점에 그친 것을 비롯해 단 한 세트에서도 20점 이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다음 경기였던 KGC인삼공사전부터 주전 세터 이윤정 카드를 꺼내든다. 결과는 3-0 완승. 1세트만 25-23 접전이었을 뿐 2세트는 25-18, 3세트는 25-11로 끝내며 문자 그대로 상대를 압도했다. 
이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당분간은 이윤정이 주전”이라고 못 박았다. 
 
이윤정 주전 효과는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바로 다음 장충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안방팀 GS칼텍스를 상대로 3-2 재역전승을 거두며 2019년 12월 4일 이후 721일 만에 처음으로 맞대결 승리를 따낸 것. 1, 2세트 때 경기를 조율했던 이윤정은 3세트 초반 손목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했지만 이고은이 대기하고 있던 덕에 한국도로공사는 추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이윤정이 다시 코트에 들어와 승리를 확정했다.
 
이후 4연승으로 탄력을 받은 한국도로공사는 3라운드 첫 경기에서 개막 후 최다 연승(12연승) 기록을 새로 쓴 현대건설을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결국 3라운드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0연승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서 전승을 기록했다는 건 GS칼텍스를 또 한 번 물리쳤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2월 19일 3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GS칼텍스에 3-1 승리를 거뒀다. 한국도로공사가 GS칼텍스를 상대로 연승을 거둔 건 2019년 3월 3일까지 4연승을 거둔 뒤 이날이 1022일 만에 처음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4라운드 때도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을 연달아 격파하며 12연승에 성공했다. 그래도 현대건설은 현대건설이었다. 지는 법을 잊었던 한국도로공사는 1월 8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에 1-3으로 덜미가 잡혔다. 그와 함께 2021~2022 신인 드래프트 2라운더 출신 이윤정도 경험 부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이고은에게 다시 주전 자리를 맡기면서 나머지 경기를 모두 잡아 5승 1패(승점 15)로 4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치른 5라운드 첫 두 경기에서는 과속 방지턱을 만난 듯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에 연달아 패했다. 한국도로공사로서 다행스러운건 슬럼프에 빠져들 무렵 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 일정이 멈춰섰다는 것. 한국도로공사는 일정 재개 후 다시 4연승을 달리며 2위 자리를 굳혔다.
 
그러면서 한국도로공사와 선두 현대건설이 수원체육관에서 맞붙는 ‘삼일절 매치’에 배구 팬들 이목이 몰렸다. 기대대로 경기는 풀세트 접전이었다. 문제는 심판 판정이었다. 5세트 초반 주심이 후위공격자 반칙을 선언하자 김 감독과 박종익 수석코치가 이에 항의했고 결국 김 감독은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 바람에 한국도로공사는 2-3으로 현대건설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승점 1을 챙기면서 현대건설의 자력 우승 저지에 성공했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한국도로공사가 나흘 뒤 열린 안방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3-0 완승을 거두면서 현대건설은 여전히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후 리그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KOVO는 결국 여자부 정규리그 잔여 경기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남은 일정을 전면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남자부 일정까지 모두 끝나고 열린 시상식에서 이윤정은 2020~2021시즌 4위였던 팀 순위를 2위로 2계단 올린 공로를 인정 받아 신인상을 수상한다. 그러면서 실업팀 수원시청 출신인 이윤정은 남녀부를 통틀어 ‘중고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신인상을 탄 인물로 프로배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신인왕 배출과 함께 느낌표로 2021~2022시즌을 마친 한국도로공사는 2가지 물음표를 안은 채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일단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고은이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하면서 ‘2세터‘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또 2시즌 동안 주포로 활약한 외국인 선수 켈시(27·미국)가 터키 리그로 건너가면서 이윤정을 비롯한 한국도로공사 선수단은 카타리나 요비치(23·세르비아)와 새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김 감독이 이 물음표 2개를 느낌표 2개로 바꿀 수 있을까.
 
황규인(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