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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구분값
 ◇약체에서 우승 후보로

지난 시즌은 KGC인삼공사에게 최악의 시즌이었다. 6승 24패,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미국)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팀은 1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절치부심한 KGC인삼공사는 비 시즌 기간 트라이아웃과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모두 잡았다. 덕분에 약체에서 2019~2020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2019년 5월,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발렌티나 디우프(이탈리아)는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이다. 키 202cm 장신을 이용한 타점 높은 공격을 앞세워 이탈리아, 브라질 등 세계적 리그에서 활약해온 스타였다. 신인 최대어로 꼽히던 190cm 장신 공격수 정호영(선명여고)까지 가세하면서 KGC인삼공사는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나섰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KGC인삼공사는 주전 세터 이재은의 은퇴로 세터진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됐다. 이 때문에 센터 한수지를 GS칼텍스에 내주고 세터 염혜선과 센터 이영을 받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서남원 감독은 코치진부터 트레이너까지 모두 바꾸고 심리치료사를 두면서 2019~2020시즌 반전의 의지를 다졌다. KGC인삼공사는 2019년 9월, 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며 V리그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시즌 초반 하위권…감독 자진사퇴

V리그 2019~2020시즌 초반 KGC인삼공사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끈끈한 수비와 조직력이란 장점을 이어갔으나 라이트 공격수 디우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해 공격 루트가 단조로웠다.

5세트 승부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근성을 보여줬지만, 기회가 왔을 때 승부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승점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서남원 감독은 팀이 5위를 달리던 2019년 12월 초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서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2016~2017시즌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으나 2017~2018시즌 5위, 2018~2019시즌 6위에 머물렀다. 그가 기술고문으로 위촉되면서 이영택 수석코치가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돌풍의 주인공이 되다

이영택 감독대행이 부임한 이후 KGC인삼공사는 3라운드 4위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치열하게 봄 배구에 도전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다. 리그 3위 흥국생명의 주포 이재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꾸준히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를 좁혀가던 KGC인삼공사는 4, 5라운드에서 5연승을 달려 흥국생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리그 1, 2위를 다투던 현대건설, GS칼텍스 같은 강팀들을 차례로 꺾으면서 여자배구 리그의 판도를 뒤흔드는 돌풍으로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KGC인삼공사 상승세의 비결은 시즌 초부터 이어진 디우프의 기복 없는 활약, 그리고 국내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최은지, 고민지, 지민경 등 국내 레프트 선수들이 번갈아 투입돼 디우프의 부담을 한층 덜어줬다.

베테랑 센터 한송이가 중심을 잡으면서 또다른 센터 박은진도 살아나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노련한 세터 염혜선도 짜임새 있게 경기를 운영하며 제몫을 해냈다. 팀이 상승세를 타면서 디우프의 공격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

KGC인삼공사 선수단은 디우프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3위 흥국생명을 끝까지 압박하며 플레이오프행 막차 티켓을 노렸다. 2020년 2월 21일엔 이영택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나흘 뒤 그의 정식 감독 데뷔전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KGC인삼공사는 이날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3대2 역전승을 거둬 아쉬움을 달랬다.

 

◇아쉬운 리그 중단, 그래서 더 희망찬 다음 시즌

이 경기를 끝으로 리그는 완전히 중단됐다. 팀 분위기가 한창 좋을 때 리그가 끝나버리니 KGC인삼공사로서는 짙은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올 시즌 KGC인삼공사의 성적은 13승 13패로 4위(승점 36). 3위 흥국생명(14승 13패, 승점 48)에 승수는 1승 모자라지만, 5세트 승부를 많이 치러 승점은 12점이나 뒤졌다.

KGC인삼공사의 복덩이라 불리던 디우프는 여자부 득점왕을 차지했다. 디우프는 832점을 올려 득점 랭킹 2위인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미국, 678점)를 크게 앞섰다.

2020~2021시즌을 준비하면서 KGC인삼공사는 2020년 4월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 4명 모두와 재계약을 맺었다. 센터 한송이와 리베로 오지영, 세터 염혜선, 레프트 채선아를 잡은 KGC인삼공사는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며 팀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 구단과 선수 사이 미래지향적 관계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외부 FA 영입은 못했지만 기존 전력을 잃지 않았다.

새 시즌 본격적으로 팀에 자신의 색을 입혀갈 이영택 감독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 비시즌에 훈련을 많이 하면서 성장을 돕겠다고도 했다. 조기 종료된 지난 시즌이 못내 아쉬운 KGC인삼공사 선수단이 새 시즌에 보여줄 끈끈한 ‘케미’가 벌써 기대된다.

 

최수현(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