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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9-2020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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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2019~2020시즌 출발선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앞선 시즌 구단 역사상 12년 만의 통합 우승으로 증명한 전력의 깊이가 달랐다. 국내 4대 스포츠에서 유일하게 우승컵을 든 여자 사령탑인 박미희 감독의 리더십이 굳건했다. 토종 에이스 이재영과 든든하게 후위를 지키는 리베로 김해란의 존재감, 또 높이의 약점을 지우기 위해 영입한 베테랑 김세영과 빠르게 성장하는 이주아로 이어지는 센터라인까지 토종 라인업도 탄탄하다. 흥국생명의 장기 집권을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들쑥날쑥 전력, 올림픽 예선이 악재로
 
흥국생명은 시즌 공식 개막전인 챔피언결정전 상대 한국도로공사전에서 가볍게 승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고전하는 경기가 많았다. 1라운드 전승을 달린 GS칼텍스에 밀려 2위(3승 2패)로 밀렸고, 2라운드에서도 2승 3패에 그쳐 힘겹게 5할 승률 경계를 지켰다.
 
그럼에도 GS칼텍스와 현대건설간 선두 싸움에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 도약 찬스를 잡았다. 4승 1패로 반등하며 선두 현대건설을 바짝 압박했다. 3라운드 최종전인 12월 17일 IBK기업은행전까지 잡아 상승무드를 이어간 흥국생명에겐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별예선 일정으로 생긴 장기 휴식기가 악재로 작용했다. 흥국생명은 이후 약 한 달간의 재정비 시간이 주어진 뒤 재개된 일정에서 흐름을 놓치며 선두 추격 동력을 잃었다.
 
시즌 내내 불안했던 경기력은 기록에서도 볼 수 있다. 블로킹 숫자가 전년대비 세트당 평균 2.30개에서 2.04개로, 리시브 효율이 42.17%에서 30.12%로 낮아졌다. 더 적은 경기를 치르고도 총 범실 개수가 482개에서 517개로 늘어나는 등 우승 후보다운 짜임새가 나오지 않았다. 선두권 팀과 맞대결에서 고전한 점도 뼈아팠다. 현대건설에는 2승4패로 밀렸고, GS칼텍스를 상대로도 1승4패에 그쳤다.
 
외인 선수도 시즌 내내 고민이었다. 흥국생명은 외인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으로 줄리아 파스구치를 데려왔다. 준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줄리아는 훈련 중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불안 증세를 호소하며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결국 흥국생명은 컵대회를 앞두고 외인 교체를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경험이 많고 신장이 좋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라이트 루시아 프레스코를 영입했다.
 
하지만 루시아도 두 번의 부상에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많이 비웠고, 경기력도 기대만큼 올라와주지 못했다. 루시아는 2위 싸움 고비이던 11월 17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 급성 맹장염으로 이탈해 2주 가량 쉬었다. 또 2월 8일 5라운드 IBK기업은행전에서도 경기 도중 오른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져 팀의 길어지는 연패 탈출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양날의 검이 된 이재영의 존재감
 
흥국생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외인 못지않은 파괴력을 갖춘 레프트 이재영의 무게감에 있다. 이재영은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뒤 5년 만에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챔프전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하며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1월 17일 인천 GS칼텍스전에서는 이재영의 달라진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영은 이날 루시아의 공백 가운데 GS칼텍스가 자랑하는 2m 6cm의 최장신 외인 메레타 러츠와 토종 장신센터 한수지로 이어지는 고공 블로킹 벽 사이를 뚫으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40점을 기록한 이재영은 2012~2013시즌 양효진(40점) 이후 여자배구 역사상 7년 만에 40득점 역사를 쓴 선수로 기록됐다. 이재영은 또 70일 만의 부상 복귀전이던 2월 20일 KGC인삼공사전에서 26득점에 서브 3개, 블로킹 4개, 후위공격 5개를 성공시켜 프로 데뷔 이후 첫 트리플크라운까지 달성하는 등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흥국생명은 이재영에게 몰린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는 데 실패했다. 이재영의 시즌 공격 점유율은 지난 시즌 33.81%에서 22.75%로 떨어졌으며 성공률 역시 38.61%에서 34.13%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공격 옵션인 루시아와 김미연의 성공률마저 떨어지면서 이재영을 향한 단조로운 토스가 이어졌다. 
 
높은 이재영 의존도는 결국 치명타로 돌아왔다. 올림픽 예선을 뛰고 돌아온 이재영이 오른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악몽이 시작됐다. 당시까지 리그 전체 득점 3위, 공격 종합 3위에 올라있던 이재영의 공백이 주는 타격은 컸다. 이때부터 흥국생명의 내리막이 시작됐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이재영은 1월 14일 재개된 4라운드 첫 경기인 IBK기업은행전에서 피로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다행히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이재영이 재활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월 18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부터는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졌다.
 
선두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던 흥국생명은 이날 한국도로공사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이어 GS칼텍스,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전까지 졌다. 4연패 중 3패가 풀세트 패배였다. 흥국생명은 5라운드 첫 상대 현대건설과 다시 풀세트 경기를 하고도 졌다. 또 IBK기업은행, GS칼텍스전까지 내리 패해 7연패 수령에 빠졌다.
 
흥국생명은 2월 16일에서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승리 갈증을 풀었다. 무려 8경기, 33일 만의 승리였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복귀한 KGC인삼공사전부터 4연승했다. 그러나 이재영의 회복을 기다리는 사이 멀어진 선두권과 격차를 만회하기가 어려웠다. 
 
이재영이 돌아오며 자신감을 채운 흥국생명은 ‘봄 배구’에서의 반전을 노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되는 바람에 챔프전 2연패 도전이 무산됐다. 흥국생명은 14승13패(승점 48),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다영, -김해란

흥국생명은 부푼 희망을 안고 2020~2021시즌을 준비한다. FA 시장 최대어로 평가받은 간판 공격수 이재영을 잡은 데 이어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인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까지 영입하며, 다시 대권 도전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여자 프로배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두 자매의 결합은 리그 판도 변화 뿐 아니라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역대급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세영의 센터라인 파트너로 데뷔 3년차가 되는 이주아와 이재영이 빠진 자리를 채우며 기대감을 키운 박현주도 흥국생명의 미래를 기대케하는 젊은 피다. 특히 서브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박현주는 시즌 25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27개 포함(세트당 0.329개) 총 103득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박현주는 구단 역대 5번째 신인왕 수상자이자, 여자부 최초의 2라운드 출신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재영과 호흡, 빠른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세터 이다영 영입이 공격의 컬러를 다양하게 만들어줄 열쇠로 꼽힌다. 흥국생명은 또 박미희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맺어 벤치에도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수비의 핵심인 리베로 김해란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큰 전력 공백도 안게 됐다. 김해란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2020~2021시즌을 준비하는 흥국생명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 
 
이정호(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