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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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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만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시즌 전부터 전력 누수가 심해 ‘흥 배구’가 달아오르지 못했다. FA(자유계약신분) 자격을 얻은 주전센터 김수지가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고, 국내 정상급 레프트이자 지난 시즌 MVP 이재영은 허리를 비롯해 각종 부상으로 신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공격수 테일러 심슨이 시즌 개막 한 달여 만에 고관절 근육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사실상 차포뿐 아니라 말까지 떼고 시즌을 치렀다. 그 결과 정규리그 6위(8승 22패 승점 26)로 1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졌다. 2013~2014 시즌(7승 23패 승점 19) 이후 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시즌 전 우려가 1라운드부터 그대로 드러났다. 김수지 공백으로 중앙 높이가 낮아졌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유효블로킹은 756개였지만 이번 시즌엔 722개로 4.5% 감소했다. 박미희 감독도 이 점을 인식해 수비 강화 전략을 세웠다. 국내 최고 리베로 김해란을 FA로 영입했고, FA 보상 선수로 리베로 남지연까지 데려와 낮아진 중앙 높이를 수비로 극복하겠다고 구상했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중앙은 중앙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뚫렸다. 리베로 포지션의 중복으로 김해란과 남지연의 장점을 다 살리지 못했다. 리시브가 세트당 지난 시즌 8.236개에서 7.866개로 줄었다. 1라운드에서 전패를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팀 조직력이 삐걱거렸다. KGC인삼공사를 3-2로 이겨 1승4패로 1라운드를 마쳤다.

팀 주포 심슨이 2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고관절 근육 일부가 찢어지는 큰 부당을 당했다. 좌우 오픈 공격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용병의 이탈은 전력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토종 공격수’ 이재영의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의 체력 부담은 커져만 갔다. 시즌 전부터 부상을 달고 다녔던 이재영은 더 빠르게 지쳐갔다. 상대 팀들은 그의 ‘발’을 잡기 위해 집중적으로 서브를 날렸다. 공격 지표가 1년 전보다 뒷걸음질 쳤다. 공격성공률은 33.7%로 지난 시즌(37.2%)보다 3.5%포인트 떨어졌고, 범실은 94개로 1년 전(87개)보다 7개 많았다. 반면 공격 시도는 1,483회로 지난 시즌(1,154회)보다 28.5% 증가했다. 왼쪽 공격수임에도 리시브가 세트 당 3.81개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이재영의 ‘원맨팀’으로는 팀도, 선수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3주 만에 벨라루스 국가대표 출신인 크리스티나 킥카를 대체 용병으로 뽑으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3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첫 경기에선 3-0으로 졌지만 두 번째 KGC인삼공사와 세 번째 현대건설 경기를 각각 3-0으로 잡았다. 정규리그 개막 이후 첫 2연승이었다. 그러나 2%가 모자랐다. 네 번째 한국도로공사와 다섯 번째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는 각각 2-3으로 패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위로 치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다. 흥국생명은 크리스티나가 가세한 3라운드에서도 2승3패로 반등하지 못하면서 ‘봄 배구’에 출전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승점 16의 흥국생명이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 안에 들려면 IBK기업은행(승점 26)과의 승점 격차(10)를 크게 줄여야 했다. 4라운드에서 대반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남은 5?6라운드에서 대역전극을 노려볼 수 있다.

떨어진 자신감과 위축된 플레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와의 4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2-3으로 분패했다. 챔피언 우승 경험이 없던 한국도로공사가 더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1?2라운드와 마찬가지로 4라운드에서도 1승4패를 기록해 ‘봄 배구’ 진출이 사실상 좌절됐다. 크리스티나는 팀 조직력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면서 서브 2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 공격 전 부문에서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시즌 중반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격성공률이 36.99%로 40%를 웃도는 다른 외국인 주포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이재영도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다. 공격성공률이 33.72%로 1년 전(37.18%)보다 3.46%포인트 낮아졌다. 중앙 높이가 낮아졌고 시즌 내내 ‘좌우 쌍포’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결국 5?6라운드에서도 각각 1승4패, 2승3패를 기록해 최종 8승22패로 시즌을 마쳤다.

2013~2014시즌 이후 4년 만에 최악의 시즌을 보냈지만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 한 명의 대어를 낚았다. ‘루키’ 김채연은 언니들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리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그는 빈약한 팀 센터 라인에서 속공(성공률 34.62%)과 블로킹(세트당 평균 0.43개)에서 각각 전체 10위에 올랐다. 2014~2015시즌 신인상을 받았던 이재영이 2년 만에 리그 MVP를 수확한 것을 감안하면 김채연의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특이할 점은 1~6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모두 이겼다는 점이다. 물론 리그 5위에 그친 KGC인삼공사 경기가 세 차례 있었지만 리그 4위 GS칼텍스와 2위 IBK기업은행에게도 각각 두 차례와 한 차례씩 승리했다. 두 번째 경기 때만 컨디션이 올라온 것은 아닌 만큼 결국 심리적인 요인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첫 경기를 패하고 난 뒤 두 번째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정신력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연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박미희 감독이 앞으로 2년간 더 흥국생명을 지도한다. 성적 부진에 대해서는 ‘부상 등 각종 변수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약점을 보강한 흥국생명의 ‘흥 배구’를 다음 시즌 기대해 본다.

김경두(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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