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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REVIEW

도드람 2017-2018 V-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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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언제라도 실한 열매를 맺는다. 2011~2012시즌부터 V-리그에 참여한 IBK기업은행은 첫 출발부터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시작했다. 역대급 신인으로 꼽히는 김희진과 박정아가 창단 멤버로 입단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이 두 명의 특급 선수를 뿌리로 삼고 강력한 외국인선수, 베테랑 세터를 추가해 팀을 구성해왔다. 이런 안정된 선수 구성은 2012~2013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위업으로 이어졌다. 비록 매년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언제나 V-리그 최후의 순간에는 IBK기업은행이 있었다. 이 시대의 IBK기업은행은 ‘안정적인 강력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IBK기업은행에게도 어쩔 수 없는 변화의 시기가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정아가 FA로 팀을 떠났고, 맏언니 역할을 해주던 세터 김사니가 은퇴를 선택했다.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과 주전센터 김유리는 FA보상선수로 선택돼 타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 자리는 세터 염혜선, 센터 김수지, 레프트 고예림이 채웠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멤버 중 절반 이상이 바뀐 것. 특히 팀의 중심축 중 하나를 맡아왔던 박정아의 이적은 뼈아팠다. 사실상 새로운 시대의 출발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변화. IBK기업은행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불안감 속에서 시작됐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강호 위치 수성

시즌 초반 불안감은 현실이 됐다. 거포 박정아의 공백과 대대적 팀 개편에 의한 조직력 미비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합쳐 5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주전 선수들이 국가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팀에 합류해 시즌 초반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도 부진의 요인이 됐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팀의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전 시즌 IBK기업은행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왼쪽 공격수 메디가 부진 탈출의 선봉장이 됐다. 1라운드 부진 이후 컨디션을 끌어올린 메디는 3라운드 5경기에서만 164득점을 올리며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경기당 33득점에 달하는 고감도 공격력이다. 김희진도 라이트와 센터 포지션을 오가며 위력을 되찾았다. 여기에 고예림, 김수지 등 이적생들까지 자기 자리를 찾으며 특유의 조직력이 살아났다. 3라운드 반등을 계기로 IBK기업은행은 익숙했던 강호의 모습을 되찾았다. 4~6라운드 모두 4승1패를 거두며 한국도로공사와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였고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급격한 팀의 변화 속에서도 강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IBK기업은행의 저력을 배구팬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줬다.

◆정규리그 호성적 속에 남은 그늘

다만, 정규리그 호성적 속에서도 그늘은 남았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IBK기업은행은 늘 좋은 외국인선수를 보유했었지만 이들에게만 공격을 의존하는 팀이 아니었다. 박정아, 김희진 쌍포가 공격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덕분에 IBK기업은행은 2012~2013시즌 알레시아 이후 800득점을 기록한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정상급 공격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졌다. 2016~2017시즌 30경기에서 37.2%였던 메디의 점유율은 42.8%까지 높아졌다. 메디는 훌쩍 높아진 점유율 속에서도 43.4%라는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800득점을 돌파했다. 하지만, 높아진 메디 의존도는 IBK기업은행을 뒤쫓는 팀들에게 ‘메디만 잡으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요소이기도 했다. 세터 불안도 시즌 내내 IBK기업은행을 괴롭혔다. 김사니의 은퇴 공백을 메우기 위해 FA시장에서 염혜선을 수혈해 지난 시즌 급성장한 이고은과 경쟁체제를 갖췄지만 둘 중 누구도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 상황에 맞춰 두 선수를 적절히 운용하며 정규리그를 무난히 헤쳐나갔지만 세터 포지션은 IBK기업은행의 불안요소로 시즌 끝까지 남았다.

◆불안요소 극복 못하며 분패한 포스트시즌.

결국, 정규 시즌의 불안요소들이 포스트시즌에 고스란히 독이 돼 돌아왔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외국인선수를 전력에서 배제한 현대건설과 3차전까지 이어지는 시리즈를 펼쳤다. 특히 2차전에서는 메디가 35득점을 올리며 대폭발했음에도 김수지(10득점), 김희진(9득점) 등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며 국내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짠 현대건설에 역전패를 당했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는 V-리그 역사에 남을 역전패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1, 2세트 내주고 3, 4세트 가져온 뒤 5세트까지 10-14로 앞서며 1차전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끝내 마지막 한 포인트를 따내지 못하고 17-15로 승리를 내줬다. 박정아와 김희진의 토종 에이스 맞대결에서 박정아가 완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IBK기업은행은 세터 대결에서도 완패했다. 베테랑 세터 이효희가 확실한 중심을 잡아준 한국도로공사와는 달리 염혜선과 이고은이 모두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이정철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1차전 대역전패 이후 뺏긴 흐름을 되찾지 못하고 홈구장인 화성에서 열린 3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우승 순간을 지켜봐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IBK기업은행의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팀 구성원의 대대적 변동 속에도 6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한 시즌동안 드러난 불안요소들은 그대로 남았다. 이 불안요소를 새 시즌에 앞서 어떻게 바로잡느냐에 따라 IBK기업은행이 영광의 시대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가 결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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